[하늘이 감춘 땅] 경남 양산 천성산 화엄벌
원효가 당나라 천 명의 제자 위해 곳곳 암자 지어
지율 스님이 목숨 걸고 지킨 초원 ‘자연의 축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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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당나라 장안의 대찰인 운제사에 소반이 날아들었습니다. 어디서 온지 모를 소반이 절 마당에 둥둥 떠다니는 것이었습니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대중들은 어떻게 소반이 허공을 날아다닐 수 있느냐면서 놀라워했습니다. 그러자 법회에 참석하러 법당 안에 있던 사람들이 마당으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비행접시처럼 허공을 떠다니는 소반을 보느라 무려 1천 명의 대중들이 모두 구경하러 나오는 바람에 법당 안은 텅 비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법당 대들보가 휘청대더니, 법당 천장이 송두리째 폭삭 내려앉아 버렸습니다. 만약 촌각만 지체했더라도 수많은 사람들이 지붕 아래 깔려 즉사했을 뻔했습니다. 그런데 그 희한한 소반 때문에 대중들이 모두 법당 밖으로 나와 생명을 구한 것입니다.
대중들은 놀란 가슴을 진정하며 그 판때기를 잡아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그곳엔 글자가 씌어 있었습니다.
‘海東元曉 擲盤求衆’ (해동원효 척반구중·해동의 원효가 소반을 날려 대중을 구하다)
한순간에 떼죽음을 당할 뻔했던 대중들은 얼마나 대단한 고승이기에 수만 리 밖 해동에서 소반을 날려 자신을 구해줄 수 있는지 참으로 믿기지 않을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불가사의한 인물 원효를 찾아 동으로 동으로 발길을 향했습니다. 해동에 와 그들이 물어물어 도착한 곳이 경남 양산 천성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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