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聽乎無聲(청호무성)

강나루터 2024. 2. 28. 22:37

03.지극한 덕을 지닌 사람이란(王德之人)

 

 
夫子曰(부자왈)
夫道(부도)淵乎其居也(연호기거야)漻乎其清也(요호기청야)
金石不得(금석부득)無以鳴(무이명)
故金石有聲(고금석유성)不考不鳴(불고불명)
萬物孰能定之(만물숙능정지)
 

 

선생이 말했다.

도는 깊은 못처럼 고요히 머물러 있으며 맑은 물처럼 깨끗하다.

쇠붙이나 돌이 도()를 얻지 못하면 소리를 낼 수 없다.

그 때문에 쇠붙이나 돌에 소리를 낼 수 있는 자질이 있지만 도에 맞추어 두드리지 않으면 소리가 울리지 않을 것이니

만물 중에서 누가 그것을 일정하게 규정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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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淵乎其居也(연호기거야) : 깊은 못처럼 고요히 머묾. ()은 못처럼 깊음을 비유. ()는 움직이지 않는다, 정지(靜止)하고 있다는 뜻. 林希逸 란 움직이지 않음이니 안정함이다[居者 不動也 定也].”라고 풀이했고, 羅勉道 는 멈춤이다[居 止也].”라고 풀이했다.  즉 만물을 만물로서 존재케 하는 궁극근원(窮極根源)의 실체는 그윽하고 깊은 못처럼 고요히 머물고 있다는 뜻. 老子 4장에 보이는 淵兮似萬物之宗을 참조할 것.

 

 漻乎其淸也(요호기청야) : 맑은 물처럼 깨끗함. (맑고 깊을 ()’)는 깨끗한 모양.

 

 金石不得(금석부득) 無以鳴(무이명) : 쇠붙이나 돌이 그것을 얻지 못하면 소리를 낼 수 없음. 금석은 악기의 재료로 쇠붙이와 돌 등으로 만든 종()이나 경() 등의 악기를 가리키는데 이른바 팔음(八音) 金石絲竹匏土革木의 맨 앞에 배열된 두 가지를 악기의 대표로 삼아서 표현한 것. 郭象 소리는 고요한 로부터 드러난다[聲由寂彰].”라고 풀이한 것이 간명하다. ‘그것을 얻지 못하면[不得이면]’ 이나  등의 악기가 를 얻지 못하면, 즉 도와 맞지 않으면의 뜻이다.

 

 金石有聲(금석유성) 不考不鳴(불고물명) : 쇠붙이나 돌에 소리를 낼 수 있는 자질이 있지만 도에 맞추어 두드리지 않으면 소리가 울리지 않음. () 두드리다의 뜻. 成玄英  ()이다[考 擊也].”라고 풀이했다.

 

 萬物孰能定之(만물숙능정지) : 만물 중에서 누가 그것을 일정하게 규정할 수 있겠는가. 郭象 감응에 일정한 방향이 없음이다[應感无方].”라고 풀이했는데 만물의 감응에 일정함이 없으므로 누구도 그것을 규정할 수 없고 바로 뒤에 등장하는 王德을 가진 사람만이 그것을 규정할 수 있다는 맥락이다.

 

 
夫王德之人(부왕덕지인)素逝而恥通於事(소서이치통어사)
立之本原而知通於神(입지본원이지통어신)
故其德廣(고기덕광)其心之出(기심지출)有物採之(유물채지)
故形非道不生(고형비도불생)生非德不明(생비덕불명)
存形窮生(존형궁생)立德明道(입덕명도)非王德者邪(비왕덕자야)
蕩蕩乎(탕탕호)忽然出(홀연출)勃然動(발연동)而萬物從之乎(이만물종지호)
此謂王德之人(차위왕덕지인)
 

 

왕자(王者)의 덕을 갖춘 사람은 타고난 소박함을 지켜 만물의 변화에 따라가면서 세속의 잡사(雜事)에 능통하게 되는 것을 부끄러이 여기며,

사물의 본원(本原)인 도()를 확립하여 지()가 신묘(神妙)한 경지에 통한다.

그 때문에 그 덕()이 광대하다. 그 마음이 밖으로 나타날 때에는 다른 사물이 먼저 그것을 요구하는 것을 말미암는다.

그 때문에 형체는 도()가 아니면 생성되지 못하고, 이렇게 생성된 사물은 덕이 아니면 밝게 빛나지 못한다.

형체를 가진 사물을 사물로 존재케 하고 만물이 각기 삶을 끝까지 누리게 하며 덕을 이루고 도()를 밝힌 사람이, 왕자(王者)의 덕을 갖춘 이가 아니겠는가!

광대(廣大)하구나! 홀연히 나와 발연(勃然)히 움직이면 만물이 모두 그것을 따른다!

이런 사람을 일러 왕자의 덕을 갖춘 이라고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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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王德之人(왕덕지인) : 왕자(王者)의 덕()을 갖춘 사람. 林希逸 天下  노릇 할 덕을 갖춘 사람을 말한다[言有王天下之德也].”는 주가 하다. 福永光司 자를 성대하다는 뜻인 으로 보았고, 方勇陸永品 등도 이 견해를 따라 王德之人 盛德之人으로 풀이했다. 그러나 이 편 제2장에 王天下라는 말이 나오고 이 편 전체에 유가적 색채가 강한 것을 감안하여 여기서는 王者 을 갖춘 사람으로 보고 번역하였다.

 

 素逝(소서) : 타고난 소박함을 지켜 만물의 변화에 따라감. 는 소박하다는 뜻으로 무위자연(無爲自然)의 도()를 형용한 것이고 ()는 간다, 만물의 변화에 따라간다는 뜻. 山木편의 與之偕逝’ ‘體逝 와 같을 것이다(蘇輿, 池田知久). 成玄英  이고 는 감이다[素 眞也 逝 往也].”라고 풀이했는데, 많은 주석가들이 지적하듯이 難解한 대목이다.

 

 恥通於事(치통어사) : 세속의 잡사(雜事)에 능통하게 되는 것을 부끄러이 여김. ()는 세속의 잡사(雜事). 王先謙 蘇輿의 견해를 인용하여 通於事 通於神이 대구를 이루기 때문에 자는 잘못 들어간 것 같다[通於事 與通於神 對文 恥字疑誤].”라고 하여 通於事 사리에 능통하다는 긍정적인 뜻으로 풀이했지만, 王叔岷의 지적처럼 여기의 通於事 逍遙遊에서 누가 수고스럽게 애쓰면서 천하를 다스리는 따위를 일삼겠는가[孰弊弊焉 以天下爲事].”라고 한 것과 누가 세상일 따위를 기꺼이 일삼으려 하겠는가[孰肯以物爲事].”라고 한 의미와 같은 맥락으로 보는 것이 무리가 없으므로 취하지 않는다.

 

 立之本原而知通於神(입지본원이지통어신) : 사물의 본원(本原)인 도()를 확립하여 지()가 신묘(神妙)한 경지에 통함. 본원(本原)은 사물의 근본,  를 지칭한다.  와 같다. 陸德明  로 읽어야 한다[知音智].”라고 풀이했다. 王叔岷 立之本原  와 같다. 그 본원을 확립하면 가 신묘함과 통한다[之猶於也 謂立其本原則智通於神妙也].”라고 풀이했다.

 

 其心之出(기심지출) 有物採之(유물채지) : 그 마음이 밖으로 나타날 때에는 다른 사물이 먼저 그것을 요구하는 것을 말미암음. ()는 구한다는 뜻. 郭象 다른 사물이 구한 뒤에 마음을 드러낼 뿐이고 사물보다 앞서 창도(唱導)하지 않음이다[物採之而後出耳 非先物而唱也].”라고 풀이했고, 成玄英 는 구한다는 뜻이다. 성인의 마음이 밖으로 드러나는 것은 진실로 다른 사물이 먼저 요구하는 것을 말미암는다[採 求也 聖心之出 良由物採].”라고 풀이했다.  와 같다. 王叔岷 成玄英  로 풀이한 것을 근거로 이 책 至樂편의 種有幾  자와 같은 의미라고 풀이하면서 成玄英의 해석을 가장 옳다고 하였다.

 

 形非道不生(형비도불생) 生非德不明(생비덕불명) : 형체는 가 아니면 생성되지 못하고, 이렇게 생성된 事物 이 아니면 밝게 빛나지 못함. 成玄英 老子 51장을 인용하면서 노자 도덕경에 이르기를 도는 만물을 낳고 덕은 만물을 기른다.’고 했다[老經曰 道生之 德畜之也].”라고 풀이했는데 적절한 풀이라 할 만하다.

 

 存形窮生(존형궁생) : 형체를 가진 사물을 사물로 존재케 하고 만물이 각기 삶을 끝까지 누리게 함. 王叔岷 窮生 천수를 다함[盡其天年].”으로 풀이했다.

 

 蕩蕩(탕탕) : 광대한 모양. 王叔岷 漢書 顔師古 注를 인용하여 蕩蕩 廣大한 모양[蕩蕩 廣大貌].”이라고 풀이했는데 이 견해를 따른다. 成玄英 너그럽고 공평함을 이름함[寬平之名].”이라고 풀이했으나 광대한 모양으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論語≫ 〈泰伯편에도 위대하시다. 의 임금 노릇 하심이여! ……넓고 커서 백성들이 무엇이라 형용하지 못하는구나[大哉 堯之爲君也……蕩蕩乎 民無能名焉].”라고 한 말이 보인다(福永光司, 池田知久). 朱子 注에는 蕩蕩 廣遠之稱也라 하였다.

 

 忽然出(홀연출) 勃然動(발연동) : 홀연(忽然)히 나와 발연(勃然)히 움직임. 문득 나타나고 성()하게 활동함을 말하는데, 이러한 움직임이 무심한 가운데 이루어진다. 郭象  은 모두 무심히 대응하는 모양이다[忽勃 皆无心而應之貌].”라고 풀이했다.

 

 
視乎冥冥(시호명명)聽乎無聲(청호무성)
冥冥之中(명명지중)獨見曉焉(독견효언)
無聲之中(무성지중)獨聞和焉(독문화언)
故深之又深(고심지우심)而能物焉(이능물언)
神之又神(신지우신)而能精焉(이능정언)
故其與萬物接也(고기여만물접야)至無而供其求(지무이공기구)
時騁而要其宿(시빙이요기숙)大小長短修遠(대소,장단,수원)。」
 

 

어둡고 어두운 가운데서 보며 고요한 정적 속에서 귀 기울이니

캄캄한 어둠 속에서 홀로 새벽빛을 보며

소리 없는 정적 속에서 홀로 커다란 화음(和音)을 듣는다.

그 때문에 깊이 하고 또 깊이 해서 만물을 만물로 존재케 하고

신묘하고 또 신묘하게 해서 만물이 정묘(精妙)하게 한다.

그 때문에 만물과 접촉할 때에 스스로 완전한 이면서 만물의 각기 다른 요구에 이바지할 수 있으니

나그네가 때때로 말을 타고 달리면서 잠잘 곳을 찾는 것처럼 대소장단에 맞추어 마침내 영원한 곳에 이르기까지 만물이 쉴 곳을 찾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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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視乎冥冥(시호명명) 聽乎無聲(청호무성) : 어둡고 어두운 가운데서 보며 고요한 정적 속에서 귀 기울임.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듣는지에 대해서는 이어지는 문장에서  를 말하고 있는 것처럼 밝은 빛과 커다란 和音이다.

 

 冥冥之中(명명지중) 獨見曉焉(독견효언) : 캄캄한 어둠 속에서 홀로 새벽빛을 봄. 는 밝은 빛. ()와 같다. 呂氏春秋≫ 〈離謂편에는 冥冥之中 有昭焉이라 한 부분이 있고, 淮南子≫ 〈俶眞訓편에는 視於冥冥 聽於無聲 冥冥之中 獨見曉焉 寂漠之中 獨有照焉이라 한 부분이 있는데 모두 莊子의 이 대목에서 비롯된 글이다(池田知久).

 

 無聲之中(무성지중) 獨聞和焉(독문화언) : 소리 없는 정적 속에서 홀로 커다란 和音을 들음.  和音으로 도의 소리를 뜻한다.

 

 深之又深(심지우심) 而能物焉(이능물언) : 깊이 하고 또 깊이 해서 만물을 만물로 존재케 함. 深之又深(심지우심) 는 위 문장에 보이는, 홀로 새벽빛을 보고 홀로 和音을 듣는 獨見 獨聞의 능력을 의미하는 대명사이다. 郭象 근원을 궁구한 뒤에 만물을 만물로 존재하게 할 수 있고 순응을 극진히 한 뒤에 정묘함을 극진히 할 수 있다[窮其原而後能物物 極其順而後能盡妙].”라고 풀이했다.

 

 時騁而要其宿(시빙이요기숙) : 나그네가 때때로 말을 타고 달리면서 잠잘 곳을 찾듯이 함. 는 구한다, 찾다의 뜻. 王叔岷  의 뜻으로 쓰이는 용례를 들면서 要其宿 돌아갈 곳으로 모인다[會其歸].”는 뜻으로 풀이하기도 했는데 본래 郭象 궁극처로 모이게 할 따름이다[會其所極而已].”라고 한 주석에서 착안한 것으로 참고할 만하나, 宿은 만물이 머무르는 곳(赤塚忠)으로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大小長短脩遠(대소장단수원) : 대소장단에 맞추어 마침내 영원한 곳에 이르기까지 만물이 쉴 곳을 찾아 줌. 脩遠(수원) () 자와 같은 의미인데 大小가 사물의 물리적 크기를 나타내고, 장단이 사물의 물리적 길이를 의미한다면 脩遠은 시간의 흐름이 영원한 것을 의미한다.

본 자료의 번역은 전통문화연구회의 동양고전종합DB(http://db.juntong.or.kr)에서
인용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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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中國哲學書電子化計劃

道家 -> 莊子 -> 外篇 -> 天地

 

03

 

夫子曰:「夫道淵乎其居也漻乎其清也金石不得無以鳴故金石有聲不考不鳴萬物孰能定之夫王德之人素逝而恥通於事立之本原而知通於神故其德廣其心之出有物採之故形非道不生生非德不明存形窮生立德明道非王德者邪蕩蕩乎忽然出勃然動而萬物從之乎此謂王德之人視乎冥冥聽乎無聲冥冥之中獨見曉焉無聲之中獨聞和焉故深之又深而能物焉神之又神而能精焉故其與萬物接也至無而供其求時騁而要其宿大小長短修遠。」

 

선생이 말했다.

도는 깊은 못처럼 고요히 머물러 있으며 맑은 물처럼 깨끗하다. 쇠붙이나 돌이 도()를 얻지 못하면 소리를 낼 수 없다. 그 때문에 쇠붙이나 돌에 소리를 낼 수 있는 자질이 있지만 도에 맞추어 두드리지 않으면 소리가 울리지 않을 것이니 만물 중에서 누가 그것을 일정하게 규정할 수 있겠는가! 왕자(王者)의 덕을 갖춘 사람은 타고난 소박함을 지켜 만물의 변화에 따라가면서 세속의 잡사(雜事)에 능통하게 되는 것을 부끄러이 여기며, 사물의 본원(本原)인 도()를 확립하여 지()가 신묘(神妙)한 경지에 통한다. 그 때문에 그 덕()이 광대하다. 그 마음이 밖으로 나타날 때에는 다른 사물이 먼저 그것을 요구하는 것을 말미암는다. 그 때문에 형체는 도()가 아니면 생성되지 못하고, 이렇게 생성된 사물은 덕이 아니면 밝게 빛나지 못한다.

형체를 가진 사물을 사물로 존재케 하고 만물이 각기 삶을 끝까지 누리게 하며 덕을 이루고 도()를 밝힌 사람이, 왕자(王者)의 덕을 갖춘 이가 아니겠는가! 광대(廣大)하구나! 홀연히 나와 발연(勃然)히 움직이면 만물이 모두 그것을 따른다! 이런 사람을 일러 왕자의 덕을 갖춘 이라고 하는 것이다.

어둡고 어두운 가운데서 보며 고요한 정적 속에서 귀 기울이니 캄캄한 어둠 속에서 홀로 새벽빛을 보며 소리 없는 정적 속에서 홀로 커다란 화음(和音)을 듣는다. 그 때문에 깊이 하고 또 깊이 해서 만물을 만물로 존재케 하고 신묘하고 또 신묘하게 해서 만물이 정묘(精妙)하게 한다. 그 때문에 만물과 접촉할 때에 스스로 완전한 이면서 만물의 각기 다른 요구에 이바지할 수 있으니 나그네가 때때로 말을 타고 달리면서 잠잘 곳을 찾는 것처럼 대소장단에 맞추어 마침내 영원한 곳에 이르기까지 만물이 쉴 곳을 찾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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